“부동산 중개업자의 말만 믿었다가 투자금 1억3000만원을 한 푼도 못 건지고 쫓겨나게 생겼어요”

천안시 백석동 김성미씨(여·가명)는 요즘 자살까지 생각하며 매일 밤잠을 설친다.

그는 2012년 1월 천안시 서북구 백석동 35-56 상가 건물을 임차해 장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부동산 중개업자를 잘못 만나게 화근이었다. 임대 계약을 하는 과정에서 건물주와 부동산 중개업자는 난데없이 화해조서 작성을 요구했다.

그는 “시청에 제출해야 건축허가가 나서 식당 개업을 할 수 있다”는 꼬임에 하는 수 없이 해 달라는 대로 해줬다.

부동산업자는 “이곳은 절대 5~10년 내 개발이 안되는 곳이니 안심하고 장사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물론 화해조서에 무슨 말이 써 있는지 설명도 듣지 못하고 내용도 몰랐다. 화해조서의 내용은 ‘임대차 계약 만료시 세입자가 투자한 시설비와 권리금을 요구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2013년 9월, 2년이 채 안 돼 건물주는 갑자기 건물을 비워달라고 요구했다.

세든 토지와 건물이 아파트 시행사에 팔린 것이다. 화들짝 놀란 김씨는 투자금 보상을 요구했지만 “절대 한 푼도 줄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

건물주는 법원 판결문과 다름없는 화해조서를 내밀며 만나주지도 않았다.

이 건물에는 김씨와 같은 처지에 놓인 세입자가 2명 더 있다. 이들은 각각 6000만원, 1억9000만원을 들여 가게를 꾸며 장사를 해왔다.

억울한 나머지 이들은 건물을 산 아파트 시행사를 찾아 갔다 놀라운 얘기를 들었다. 건물주에게 (세입자 보상에) 충분한 돈을 줬다는 것이었다.

확인 결과 건물주는 2011년 5월 5억7200만원에 건물이 있는 땅(946㎡)을 사서 불과 2년10개월 만에 28억6000만원, 무려 매입가의 4배인 22억8800만원의 차익을 남기고 팔았다.

김씨는 “2년 여 만에 땅 팔아 20억원 이나 번 사람이 세입자들 투자금을 한 푼도 못주겠다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너무 억울해 절대 건물을 비워줄 수 없다”고 울먹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