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형에게 지급되는 6.25 참전 전상군경 보상금을 32년간 대리 수령해 총 3억1800만원 상당을 가로챈 동생 부부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천안서북경찰서는 24일 1980년대 초반부터 생사가 불분명한 보훈대상자 형이 살아있는 것처럼 하고 보상금을 받아 생활비 등으로 쓴 동생 유모(71) 씨와 배우자 이모(66) 씨를 국가유공자등예우및지원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실종자 유모(85) 씨는 6.25전쟁에 참전, 전투 중 좌측 대퇴부를 절단하는 총상을 입고 1958년 육군 소령으로 예편한 전상군경 2급의 보훈대상자다.

그러나 동생 부부는 ‘보훈처의 보훈대상자 실태조사가 형식에 그치고, 보상금 지급관리가 소홀하다’라는 점을 악용, 1980년 11월 보훈처(대전지방보훈청)로부터 보상금 대리수령인으로 승인받아 올해 2월까지 32년 2개월 동안 보상금 3억1889여만원을 수령했다.

조사결과 형 유 씨는 1980년 8월 26일 국립원호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이후 단 한 차례도 진료한 기록이 없었다.

또 사용 연한이 3년인 보철구(의족)도 1981년 10월 수령한 이후 재 수령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동생 유씨는 1980년 9월 대리수령인을 자신으로 바꾼 몇 개월 뒤 부인으로 변경승인을 받았다.

더욱이 이들은 감사원이 올해 초 국가보훈처 재무감사를 하면서 사망이 의심되는 보훈대상자에 대한 실태조사 지시를 내리자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을 내세워 보훈대상자를 사칭하거나 “보호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하기까지 했다.

경찰의 내사가 본격화되자 이들은 “그동안 보훈청에서 단 한 번도 실태조사가 나오지 않아 보상금을 받아 생활비로 사용했다”고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그러나 과오급금 회수 시효기간이 5년으로, 32년간 지급된 3억여 원 가운데 최근 5년 동안 지급된 9000여만원만 반환 청구 가능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이후라도 정확한 실태조사를 하지 않으면 보상금을 대리 수령하는 등의 위법을 뿌리 뽑을 수 없다”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보훈대상자들에 대한 생활 실태조사를 철저히 해 그분들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도록 힘써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