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고(故) 성완종(64) 전 경남기업 회장이 정치권에 금품을 뿌렸다고 주장한 내용을 담은 메모가 발견돼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성완종 핵폭탄 뇌관이 도발되면서 사태에 따라서는 현 정권 집권 이후 최대의 위기로 몰고 갈 수 있는 역대 최대의 뇌물 '게이트'로 기록될 수 있어 촉각을 곤두세우게 한다.

11일 검찰과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시신을 조사하던 중 바지 주머니에서 메모지를 발견했는데 공교롭게도 50여 글자에 불과하면서도 이 메모 내용이 고 성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버리기 직전 경향신문과 통화한 내용과 상당부분 일치하는 등 신빙성을 더하고 있어 파문이 일고 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전날 서울 청담동 자택에서 나온 직후 경향신문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게 미화 10만 달러를 건넸고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허태열 전 비서실장(당시 캠프 직능총괄본부장)에게 현금 7억원을 전달했다”는 50여분 분량의 녹취파일 가운데 3분50초 분량을 10일 공개했다.

성 전 경남기업 회장은 10일 자원외교비리와 관련해 결백을 주장, 유서를 남기고 잠적했다. 이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형제봉 매표소 부근서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성완종 전 회장 메모에는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 7억, 유정복 인천시장 3억, 홍문종 2억, 홍준표 1억, 부산시장 2억이라고 쓰여 있으며 특히 김기춘 전 비서실장 이름 옆에는 10만 달러라는 메모와 2006년 9월26일이라는 날짜까지 적혀 있다.

TV방송 화면 켑쳐

주목되는 부분은 성완종 전 회장의 메모에 이병기 현 비서실장과 이완구 국무총리 이름도 적혀 있다는 부분이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무수한 의혹들로 인해 쉽사리 취임하기 어려운 총리직에 오르고 첫 일성으로 내세운 '부패 척결' 대국민 담화가 자칫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총리의 거명에 대해 많은 이들이 의외란 반응이지만, 자세히 이들 두 사람의 관계는 수긍이 가는 대목이 있고 서로 악연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악연은 고(故) 성 전 회장의 생전 지인들과 나눈 얘기 속에서도 그의 심경이 묻어난다. 자살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동시에 이 총리를 향해 작심한 듯 폭로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성 전 회장은 자살 전날 "이완구를 이완구를 어떻게 … " 하며 울분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성 전 회장이 숨지기 전날인 8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직후 이용희(67·여) 태안군의회 부의장 등 지역 인사 두 명과 약 한 시간 동안 만났다.

이 부의장은 이날 “성 전 회장이 이완구 국무총리의 이름을 여러 차례 언급했으며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도 섭섭한 감정을 드러냈다”고 말했다고 중앙일보는 전했다.

그는 또 “성 전 회장이 ‘나는 아니야’라고 여러 차례 외치며 자신의 무죄를 적극적으로 주장했다”고 밝혔다.

이 부의장은 “이완구를 부르데. 나한테 ‘이완구를…이완구를…어떻게…’ 나보고 막 어떻게 해달라는 거야. 사람이 완전히 눈이 이렇게 뒤집어져서…. 마음을 딱 열어서 내놔야 하는데 몸부림을 치는 거야.”라고 이 언론에서 전하고 있다.

성 전 회장은 이완구 총리가 충남지사를 맡고 있던 시절 충남도가 발주한 안면도 개발사업에서 경남기업 컨소시엄이 2위를 하자 충남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일이 있다.

성 전 회장 측 인사들은 이번에 이 총리가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뒤 자신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된 상황에 대해 보복을 당하고 있다고 주변에 말한 일도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이 총리는 ＂성 전 회장이 검찰 수사와 내 (부패 척결) 대국민 담화가 관련 있는 것 아니냐고 오해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이 총리의 부패척결 대국민 담화 이후 자신과 경남기업을 향해 옥죄어온 검찰 수사 등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는 방증인 셈이다.

이에 대해 이 총리는 현재 "(성 회장으로 부터 돈을 받을 만큼) 개인적으로 친밀한 관계가 아니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글씨가 성 전 회장의 필적이 맞는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감정을 의뢰하는 한편 장례절차가 끝나는 대로 유족과 경남기업 측에 관련 자료를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