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2월 천안문화원 행정집행의 한장면(간판가리기 작업)

천안시가 지난 2010년 2월 천안문화원 행정대집행을 실시하고 행정대집행 비용과 물건에 대한 보관비용이 밀렸다며 문화원의 물건을 싼 가격으로 매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행정대집행을 통해 반출한 물건 가운데 현재 천안박물관에 보관중인 물건의 목록에 150년으로 추정되는 태극기와 청동기 유물 등의 행방이 모연한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책임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천안시와 천안문화원 관계자 및 고발장과 진정서, 답변서 등에 따르면 시는 2006년 천안문화원에 문제가 발생하자 2007년 책정된 예산 2억5800만원 등 경상비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각종 세금 등을 체납됐다.

이에 따라 2010년 2월 천안문화원 건물을 비워달라며 행정대집행을 강행, 180명의 인원을 동원해 업무수행을 위해 필요한 집기류 등 및 각종 유물을 8ton트럭으로 반출했다.

이 가운데 집기류 및 도서 등을 성거읍 소재 창고에 1일 5만원의 보관료를 주며 보관을 해오다가 행정대집행비용 3225만원과 물품창고보관료 1682만원을 재정이 없는 문화원 측에 지불할 것을 요청하는 한편 2011년 5월 압류재산매각예정가격 산출을 위해 D감정평가법인충남지사에 18만4800원으로 감정평가를 의뢰했다.

이에 D감정평가법인충남지사는 행정대집행을 위해 반출한 물건 151종에 대해 총 50만4천원으로 물건평가조서를 천안시에 제출하고 시는 2011년 6월 물품을 보관중이던 업체에 수의계약으로 매각했다.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151종의 감정평가 금액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수준이다.

책의 경우 1만1500권 173원, 200권 8원, 400권 4원, 500권 8원 등으로 비디오 테잎 500개에 8원, CD 100개에 2원, 레이져 프린터기 1275원, 오버헤트 영사기 1125원, 모니터포함 컴퓨터 4대 1만9800원, TV 3대 1만5천300원, 접이식 철제의자 91개에 1만6380원 등으로 명시돼 있다.

또 가죽소파 8개에 5600원, 2단 서랍장 435원, 책 진열장 9개에 6750원, 장롱 2개 1320원, 도자기 1개 7원, 냉장고 1개 4350원 등으로 나타났다.

문화원 관계자는 “지난 2012년 8월 천안시에 감사를 의뢰하면서 행정대집행으로 물품반출시 용역인원이 품명, 수량에 대한 파악도 없이 마구 박스에 담아 화물차로 보관창고에 운반했다”며“물품명세에 나오는 물품의 종류, 단위, 수량, 반출전 위치, 물품상태 등이 명시돼 있는 것은 인정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는 “천안문화원에 대한 경상비 등의 지원을 끊어 정상화 되지 못하게 만들고 공금이 없어 세금 등을 내지 못하는 문화원이라며 행정대집행을 통해 사용 중인 물건을 들어내 놓고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은 금액으로 물건을 매각하는 것이 시민을 위한 행정인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또 “감정평가 금액도 이해하지 못할뿐더러 법원에서 차압을 해도 당사자들에게 우선 매입권을 주는데 연락한번 없이 진행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토해양부령 제456호 감정평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감정평가서의 기재사항으로 평가액의 산출근거 및 그 결정에 관한 의견을 기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공개된 감정평가서엔 어디에도 이 부분을 찾을 수 없으며 감정평가사가 시에 제출한 서류엔 총괄 금액만 명기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천안시감사관실은 2012년 9월 회신을 통해 법절차에 의거해 진행을 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답변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문화원 관계자는 매각한 물건보다 더 안타까워하는 것으로 150년으로 추정되는 태극기의 행방이 모연하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부모가 자식을 데리고 와 태극기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설명을 하는 모습을 보고 대화를 나눈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며 “청동기 유물과 함께 고문서, 그림 등을 천안박물관에 보관하고 있는데 시는 이에 대한 확인을 해주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천안시 담당부서는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당시 담당자들은 이미 고위직 또는 사무관 등으로 승진, 전보된 상태기 때문이다.

문화원관계자는 “현재 천안문화원은 건물이 없을 뿐 명맥은 유지하고 있지만 문화원에서 일을 하며 받지 못한 월급 4천8백여만원에 대해 노동부와 소송 등을 통해 확정판결을 받아놨어도 청구를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아울러 “천안문화원 복원에 대한 서명운동을 통해 수천명의 지지를 받아 지난 일에 대한 결자해지의 마음으로 잘못된 일을 밝히고 천안문화원이 다시 역사에 남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역사 속에 사라질 위기의 천안문화원 문제가 민선 6기의 출발과 문화재단에 대한 논란문제와 함께 지역사회에 다시 회자되면서 향 후 문화원 소유의 값을 정하기 힘든 사라진 태극기 및 청동기 유물의 향방처럼 어떻게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