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가 천안 성정동에 기업형 슈퍼마켓(SSM) 입점을 추진하며 현행법과 지자체 조례의 틈새를 이용하는 꼼수를 부리자 지역 업계에서 불만을 제기하고 나섰다.

SSM의 무분별한 진입을 규제하는 내용을 담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상생법)에 따른 사업조정을 피할 수 있는 가맹점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관련법 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19일 충청남도에 따르면 충남천안슈퍼마켓조합(이사장 허영)이 최근 중소기업중앙회를 통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입점과 관련한 사업조정 신청을 접수하자 지난 3일 홈플러스에 사업개시 일시정지 권고를 내렸다.

홈플러스는 천안시 서북구 성정동 647-5번지에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천안성정점’을 개점할 예정으로 개점일은 확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홈플러스는 ‘천안성정점’을 가맹점 형태로 계약해 현행 상생법에 따른 사업조정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개정된 상생법은 가맹점의 경우 대기업의 지분이 51% 이상인 경우에만 사업조정신청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충남천안슈퍼마켓조합 윤동근 전무는 “홈플러스가 지분을 51% 이하로 낮춰 규제를 피하고 있다”며 “이미 해당 매장에는 관련 시설과 인테리어 공사도 대부분 끝나 조만간 영업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SSM이 들어오면 주변 상인 피해가 우려되는 데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답답한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홈플러스는 또 천안시가 전통시장 주변 대형마트와 기업형 수퍼마켓의 입점제한 규정을 강화하기 위해 제정한 ‘전통상업 보존구역 지정 및 대규모·준대규모 점포 등록 제한 등에 관한 조례’도 피해갔다.

조례의 주요 내용은 전통상업 보존구역 범위를 전통시장 경계로부터 1㎞ 이내로 하고 있지만 해당 매장은 인근 성정5단지 시장으로부터 1.1㎞ 가량 벗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시 관계자는 “상인들의 답답한 마음은 알지만 현행 제도로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다만 대형마트와 SSM의 영업시간과 의무휴업일을 제한하는 조례 개정안이 통과되면 조례에 따라 규제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수 천안시의회 산업건설위원장은 “앞으로 상생법의 틈새를 이용해 입점하는 SSM의 사례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근본적인 법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법 개정 등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 시에도 중앙부처에 관련 내용을 건의할 수 있도록 의회 차원에서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천안지역에는 롯데슈퍼(8개)와 GS슈퍼(3개), 홈플러스익스프레스(5개) 등 16곳의 기업형 슈퍼마켓이 입점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