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형교 국장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오는 5월부터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하는 천안문화재단의 초대 사무국장에 정년을 1년여 남긴 박윤근(59) 천안부시장이 내정됐다.

이를 두고 지역 문화계 일각에서는 문화재단 인사를 두고 ‘밀실인사’라는 지적을 받은 천안시가 퇴임을 앞둔 공무원에게 예우차원에서 자리를 마련해 주려는 것 아니냐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시가 58년 역사를 지닌 천안문화원의 정상화를 외면한 채 문화재단 운영으로 지역 문화계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정형교 복지문화국장은 18일 오전 브리핑을 갖고 "다음 달 출범 예정인 재단법인 천안문화재단 사무국장 공모에 총 15명이 응모했으며 박 부시장이 최종 합격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박 부시장은 조만간 명예퇴직 형식으로 공직생활을 마감한 뒤 천안문화재단의 사무국장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문화재단 사무국장 임기는 2년(1회 한해 연임)이며, 연봉은 4500만 원(기타 수당 제외)선으로 알려졌다.

앞서 시는 문화재단의 핵심구성원인 이사진 14명 가운데 당연직 3명을 제외한 민간인 11명(경제계4, 문화계6, 교육계1)을 공모절차 없이 모두 시장이 임명해 밀실인사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불미스런 천안문화원 사태와 깊숙이 연관된 인사가 있는가 하면 문화예술과 다소 거리가 먼 측근들로 구성, 선정과정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이 결여된 인사라는 지적을 받은바 있다.

정 국장은 “문화재단 사무국장은 전문성도 있어야겠지만 아직 도입 초기라 행정력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박 부시장은) 충남도 문화관광국장도 역임했고 평상시 문화 분야에 관심과 조예가 깊어 적격자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정 국장은 이어 “6월 말 완공될 천안예술의전당 운영 계획과 성장 추진을 감안했을 뿐이지 예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천안문화원과 관련한 시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그는 “(천안문화원은) 이제 완전히 끝난 상황”이라고 일축했다.

이와 관련 지역예술계 인사는 “문화재단의 설립 취지는 문화예술기금을 조성해서 관이 아닌 민간이 집행하려는 것인데 시장이 이사장을 맡고 부시장이 사무국장을 맡게 되면 결국 관변단체를 만들려고 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이는) 예술인의 뜻이 반영되지 않고 시장의 뜻만 반영된 것”이라며 “지역의 예술인들이 순수하고 이런 일에 나서기 꺼려해서 말을 안 하고 있을 뿐이지 시에서 그렇게 하면 안된다는 것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천안문화원 관계자 A씨도 “한국문화원연합회와 충남도에서도 인정하고 있으며 정상화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는데 그런 말을 듣게 되니 유감스럽다”며 “진실 되게 하면 결과야 어떻든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법인체가 없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편 천안문화재단은 서북구 성정동 694-9 옛 천안문화원 건물을 사용하게 되며 오는 2020년까지 400억 원의 기금을 조성해 문화예술 정책 수립을 지원하고 문화예술의 창작 보급 및 연구, 지역축제 및 행사지원 육성 등을 담당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