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 이후 정설로 고착화되고 있는 백제초도 하남 위례성 비정은 삼국유사, 삼국사기 등 다산 이전의 역사서의 기록을 토대로 해석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같은 주장은 22일 오후 2시 천안박물관 대강당에서 개최된 ‘천안위례성 및 주변유적 학술심포지엄’에서 향토사학자 임명순씨가 ‘천안 성거산 위례성 관련자료 분석’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밝혔다.

백제초도로 비정되고 있는 천안 성거산 위례성의 역사적 의미를 재조명하고 백제건국의 시원을 밝혀 천안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마련한 이번 심포지엄에서 천안향토사학회 임명순씨는 삼국유사에서 직산 위례성을 밝힌 이후 직산으로 받아들여졌으나 조선 후기 다산 정약용 이후 ‘하남 위례성 設’이 인정받고 있다고 밝혔다.

임명순씨는 삼국유사, 고려사지리지, 세종실록지리지, 동국사략 등 26편의 고문헌에서 직산 위례성을 확인하고 대동지도, 동국지도, 여지도, 팔도지도 등 25편의 고지도에서도 이를 확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산 정약용의 ‘아방강역고’의 위례고에서 삼국사기와 동국여지승람을 재해석해 직산이 백제의 첫 도읍지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대동여지도를 제작한 김정호와 이병도박사 등 근현대역사학자들이 이를 사실로 인정해 직산이 위례성이라는 것이 부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산의 견해는 하남위례성의 하남을 강의 남쪽으로 해석해 한강남쪽의 위례성으로 보고 위례성을 한강 남쪽으로, ‘부아악(負兒嶽)’을 여지승람의 기록대로 서울의 삼각산으로 고정시켜 또 다른 위치로 해석할 수 없게 해 지금까지도 그의 주장이 인정받고 있다고 밝혔다.

임 씨는 위례성 비정은 삼국사기 백제본기에 기록된 사건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하고 온조왕 24년 이주집단이 강을 건너왔다는 점과 마한왕이 동북쪽 일백리의 땅을 줬다는 점은 온조왕 즉위년 한산에 와서 부아악에 올라 첫도읍지 위례성을 정했다는 부아악을 서울의 삼각산으로 보면 ‘강을 건넜다’는 사실을 설명할 수 없다고 전했다.

또 하남위례성의 ‘하남’을 강 남쪽으로 해석해 온조왕 즉위년에 한강북쪽이 첫 도읍지라는 새로운 해석으로 삼국사기의 내용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결과를 낳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온조왕 13년조의 세력권을 표시한 남쪽지역인 웅천과 온조왕 24년조의 웅천책 축조에 대한 사건을 보면 마한과 백제의 경계가 명확하게 되고 웅천이 지금의 공주로 보면 공주지역이 마한의 땅으로 강을 건너온 위치이고 ‘일백리 동북쪽 땅을 주어 살게 했다’는 위치로 보면 현재의 ‘천안 직산’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는 제1주제로 김병희 중원문화재연구원이 ‘천안지역의 산성과 초도 위례성’을 발표하고 천안시역사문화연구위원회 윤종일연구원과 토론을 펼쳤다.

또 공주대학교 이남석 교수가 제2주제로 ‘천안지역 고분유적을 통해 본 초도로서의 천안’을 발표하고 천안향토사학회 임명순씨가 제3주제 ‘천안 성거산 위례성 관련자료 분석’을 각각 발표했다.

이 밖에 황인덕 충남대학교 교수가 제4주제로 ‘천안지역의 구전을 통해본 초도 위례성’을 발표하고 천안향토사학회 이정우씨가 지정토론자로 나서 열띤 토론을 벌이고 심정보 한밭대학교 교수의 사회로 참석자들의 종합토론이 이어졌다.